사주카페 1
책 소개
사주명리 장편소설. 용신은 뽑을 줄 아는데 통변에서 막히는 학인을 위한 책.
사주카페 최고 고수로 통하는 나, 견자단은 사주에 입문한 지 12년째. 사주를 깨친 후부터 느긋하게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되고 안 되고는 다 운에 달렸고 운은 때가 되어야만 온다는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들른 어느 인터넷 사주카페에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올린 질문글에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희미하나마 등불이 되어주고 싶었다.
입만 열면 “내가 철학관 한 지 20년이야.” 라고 떠들지만 엉성한 통변을 해서 학인들에게 면박을 당하는 60대 남자 비원. 이론에 능하고 교양미 넘치는 신사 아침햇살. 낮에는 직장에 다니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며 틈틈이 사주공부를 하는, 이 카페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황인희. 60대 후반의 프로 역술인 이영석 외 여러 문파의 고수들이 등장하여 사주에 얽힌 인생 품평을 늘어놓는다.
본문읽기
북경에는 아주 묘한 점쟁이가 있다. 100냥을 줄 때마다 한마디씩 해주며 더 듣고 싶으면 100냥을 더 내야만 한마디 해주었다. 100냥의 돈을 지금의 화폐로 환산하기는 곤란하지만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짐작된다. 그런데 그의 한 마디가 신기에 가까운지라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섯 마디를 듣고자 500냥을 내고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어느 떠돌이 장사꾼은 평소에 가 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가고 벼르기만 하다가 목돈이 손에 들어오자 드디어 술객을 찾아갔다. 100냥을 내고 한 마디를 들었는데 그 한 마디가 "려즉포복(麗卽葡伏) 즉 예쁘면 기어라" 였다. 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장사꾼이 "도대체 무슨 말이오" 하고 물었더니 그 술객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100냥을 더 내라는 눈치라, 한 마디 더 듣자고 100냥을 더 내기는 아까워서 투덜거리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랫동안 못 본 부인을 생각하며.
집에 당도하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예쁘게 분단장한 부인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버선발로 허겁지겁 나오는 게 아닌가? 아니 내 마누라가 저렇게 어여뻤던가? 어쩐지 그 낌새가 다른 날과는 다른지라 오늘 술객이 한 말이 언뜻 떠올랐다. “예쁘면 기라” 했지. 그래 한 번 기어 보자. 대문부터 기어가니 마루 밑에 총각이 숨어 있는 게 아닌가. 불문곡직 낫을 들고 나와 일을 저질렀다.
관아로 끌려간 장사꾼은 심문을 받게 되었다. "너는 어떻게 그 녀석이 마루 밑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았는가?" 사또의 추상 같은 심문에 소상히 그 내력을 얘기할 수밖에. 사또 또한 신기한 마음이 들어 그 술객을 불러서 물었다. "100냥을 더 내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고?"
저자
박선례
1998년 제8회 작가세계문학상 본심 입선
Travel Story를 씁니다.
다른 책: <보헤미안 랩소디> <방콕통신> <카이로 여행기> <카사블랑카>
<라이프 내비게이션> <작가수첩>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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