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부수는 아이들
동화는 아이들만이 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어 가는 꿈의 양식이다. 여기에 수록된 동화는 아이는 아이처럼 꿈을 꾸고, 어른은 어른의 생각으로 아이가 되어 꿈을 찾는 이야기들이 된다. 아이들은 신작로로 나와 노는 것이 아니라 골목 안에서 뛰논다. 지금의 어른들도 옛 적에 골목을 휩쓸면서 거기서 뛰어 놀았고,어른이 되어 늙어 가더라도 마음 가운데 그러한 골목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에는 아직 중세 때의 골목이 그대로 남아서 옛적을 지금도 얘기해 주는 데가 도시마다 많이 있다. 나그네인 내가 그 곳을 걸어도 지난 날 지나던 그리고 먼먼 날에 죽어간 이들의 발자취를 내가 밟아보는 돌바닥 밑에서 느껴볼 수가 있다. 그러한 골목길 옆에 늘어선 옛날 담벼락에서는 그 때 소리 내며 지나던 사람들의 체취가 묻어 있는 듯도 하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골목이 있었다. 아주 좁다랗고 무척이나 기나긴 골목길이 뻗어 있었고, 두 팔을 벌리면 양손바닥에 닿는 집들의 담벼락이 서로 마주보며 늘어서 있었다. 그런 담 안에서는 부러움이 없는 가난한 아이들의 웃음이 벽을 박차고 골목으로 띄어나 왔고, 골목길에서는 부잣집 아이가 가난한 집 아이를 불러내는 목청이 골목길을 울렸었다.
그 골목 안에는 그래서 못사는 아이와 잘 사는 아이들이 한데 모여 더 커지는 웃음소리가 우르르 몰려다녔고, 금방 돌아 서서 같이 노는 싸움질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그렇게 날마다 새롭게 만나고, 날마다 한결같이 어우러져 놀았다.
아파트 문화가 물밀 듯 흘러 들어오면서 골목에서 도망치듯 우리들은 어른들에게 손목이 잡혀서 또는 우리 스스로 골목을 뛰쳐나와 버리고 그 골목을 부수어 갔다. 우리들의 어린 추억이나 천진하던 마음이 자라나던 장소, 걱정을 덜 하며 근심이 없던 그 골목을 갈아 뭉기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골목을 잊고 산다. 아니 그런 골목을 지나가고픈 향수가 일어나도 우리는 그 골목길을 더듬으며 뒤져보려고는 하지 않는다. 지나버린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면서 고달픈 어제를 지나고, 서글픈 오늘을 밟고 걸으면서 어쩌면 꿈이 메말라가는 내일을 기다린다. 그러면 지금도 우리는 그렇게 편안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몽땅 들어앉아 있는 그리운 골목을 아직도 부수고 있는 것이다.
골목을 부수는 이들은 불행할 수 있다. 천진함 그래서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즐거웠던 인간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늘 잃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든 삶의 여정에서 우리가 어린 마음을 다시 지니는 아이가 되고, 꿈도 없이 즐겁던 그 골목 안에 자주 들려서 나를 그 속에서 기른다면 현실의 척박함을 기름지게 하는 삶의 원동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동화는 나이를 덜 먹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든 사람에게도 매우 유익한 것이다. 어른이 동화를 읽으면서 아이가 되어 어린 시절 골목길을 다시 오가면 우리는 그 골목을 차지하고 골목 안에 사는 순희가 되고, 영철이가 되는 것이다.
골목을 다시 짓고 아이가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맞추며 꿈을 먹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동화를 보내고 싶다.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