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밤새도록 읽었다.
문장들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고 들어왔다.”
_김도영(〈82년생 김지영〉 영화감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어른의 맛」 수록
불가해한 세계 속에서 해명할 수 없는 실존적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을 그려내는 데 천착해온 작가 강영숙의 여섯번째 소설집 『두고 온 것』이 출간되었다. “자기 경험의 세계가 순금같이 구현된 소설” “다른 세대는 하기 힘든 두툼한 이야기”라는 평과 함께 제1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어른의 맛」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등단 이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을 파고드는 혼란과 불안을 황폐한 도시로, 폐부를 비집고 들어오는 흙먼지로, 희뿌연 환영과 낯선 길로 형상화하며 독보적인 소설세계를 구축해온 강영숙은 『두고 온 것』에 이르러 재난 ‘이후’에 주목하며 더욱 넓어진 지평을 선보인다. 소설은 현실을 유리 파편에 비추듯 날카롭게 그려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개인적 불행을 겪은 인물들이 마주한 폐허를 딛고 서서 그 너머로 시선을 던진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뒤흔들리는 세계에서, 재난이 또다른 재난으로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에게 도착한 『두고 온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 깊게 읽힌다.
저자소개
단정한 듯하면서도 날선 문장, 무심한 어조로 삶의 이면에 숨겨진 불안과 고통을 예리하게 파헤쳐온 소설가. 1967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십대 때는 키가 크다는 이유로 배구와 넓이뛰기 등 여러 종목의 운동선수로 활동했고 열네 살 때 서울로 이주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역회사 타이피스트로 일하다가 1988년에 소설을 쓰고 싶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8월의 식사」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강영숙은 활동 초기부터 “소설 속 인물들의 발화점에 이른 긴장과 뜨거움과 위태로움이 독특한 미학을 이루며, 인간이 자기 안의 공동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를 마치 임상 보고서처럼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로 섬뜩하게 그려내고 있다”(소설가 오정희)고 평가되는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한 작가이다. 또 “여성의 성과 육체를 문학적 사유의 매개체로 적극 활용하여 세계의 고통을 통각하고 재현하는 허구적 장소로 삼아 이 시대 새로운 여성성을 표현한 작가”(문학평론가 심진경)로도 평가받고 있다.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아령 하는 밤』,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회색문헌』, 장편소설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X』 등이 있다. 특히 『리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 국경지대를 유랑하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문학의 자장 안으로 끌어안은 문제작으로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 문장 웹진(http://webzine.munjang.or.kr)에 장편소설 『크리스마스에는 훌라를』을 연재했으며, 『라이팅 클럽』은 2010년에 문화 웹진 나비(http://nabeeya.yes24.com)에 연재했다. ‘2008 Seoul Young Writer's Festival’,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2009 International Writing Program’의 참여 작가로도 활동했으며 재단법인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