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겨우 다스린 역마
기억과 반성으로 씌어진 우리 곁, 거리의 역사
시인 서효인의 세번째 시집 『여수』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백 년 동안의 세계 대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분노를 비틀어 뿜어내며 오늘의 소년소녀들에게 메시지를 투척하던 첫 시집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정치·경제·사회적 폭력의 지도를 그려내던 두번째 시집이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었다면, 이번 시집은 상온에 가깝다. 서효인이 그려온 시의 궤적으로 미루어보자면, 이 변화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이어질 폭력의 세계에 응전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자 일종의 시적 성장일 것이다. 끓는점을 높이고 깊이를 더한 『여수』에서 시인은 ‘역사의 공간화’를 시도한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과거와 현재가,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역사가 겹쳐지면서, 서효인이 스쳐간 어딘가는 객관적 ‘공간’이기를 멈추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여 유일무이한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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