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서양 철학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플라톤의 철학은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에서 비롯되었다. 스무 살 때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된 플라톤은 문답법에 의한 진리 탐구와 스승의 인격에 매료되어 약 10년간 스승 밑에서 정치가의 꿈을 품은 채 철학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여겼던 스승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민주정치에 의해 희생당하자 충격에 빠진 그는 정치가의 꿈을 버리고 아테네를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그리고 10년 후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플라톤은 스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테네 민주정치를 반대하고 철학자가 다스리는 철인정치를 주장하게 된다.
소크라테스의 재판과정과 그의 법정 변론을 상세히 다루고 있는 이 책을 보면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민주정치에 의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고, 훗날 플라톤이 왜 아테네 민주정치를 반대하고 철인정치를 주장하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BC 399년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신(神)들을 믿지 않고 청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는 혐의로 멜레토스, 아니토스, 리콘 등 세 사람에 의해 아테네 법정에 고발되었지만, 그는 이에 대하여 당당하게 변론을 시도했다. 그의 법정 변론은 최초의 변론, 유죄선고 후의 변론, 사형선고 후의 변론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법정 변론을 통해서 소크라테스는 신성모독과 청년들을 현혹했다는 자신의 죄목들이 왜 타당하지 않는지 조목조목 반박한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며 이 세상 재물을 추구하기에 앞서 시민으로서의 덕을 먼저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 가운데 백미(白眉)에 속하는 이 책은 짧은 분량 속에 소크라테스 자신의 치열하고도 경건한 철학 정신을 잘 묘사해 놓고 있고, 객관적인 삶의 태도와 정신의 일치가 철학의 진정한 본질임을 잘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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