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적 체질 - 문학과지성 시인선 375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나, 이후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던 시인 류근이 18년의 침묵을 깨고 펴낸 첫 시집. 세상에 한 번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시 70편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두근거림을 전해준다. 그의 시를 읽는 일은 슬픔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쓸쓸한 영혼들의 상처는 타자에 의해 가감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므로 철저히 단독자의 형식이지만, 체질이 비슷한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서 나의 상처를 보게 된다.
미학적·사회적 귀환을 공식화한 『상처적 체질』은 처량하게 용도 폐기한 ‘감상’이 오히려 힘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음을 고지하는 역설적 텍스트이다. 류근은 ‘감상’의 힘을 대중의 감각에 의지한 통속미와, 비극과 희극의 기우뚱한 균형 속에서 인간사의 본질을 통찰하는 희비극에서 발견한 듯싶다. 그의 시 세계를 낭만적 경향으로 흐르게 하는, 충만보다는 상실과 결락, 별리로 가득 찬 기억의 성질과 그에 따른 애수와 그리움을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공동의 통속미로 심화하는 진정한 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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