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숨 쉬듯 벌어지는 은밀한 폭력 속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을까?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토리텔러’ 작가 구병모의 새로운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가 아르테 ‘작은책’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위저드 베이커리』를 통해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로 주목받은 작가는 이후 아가미를 가지고 태어난 소외된 소년의 이야기(『아가미』)에 이어 날개로 아픈 생명을 치유하는 ‘익인’의 이야기(『버드 스트라이크』)까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전했다. 또, 육십대 여성 킬러라는 독보적인 여성 인물을 창조해 한국 사회의 어두운 시간과 공간을 실감나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파과』), 여성만의 감정노동과 돌봄노동에 의해 지탱되는 공동체의 허위를 폭로하고(『네 이웃의 식탁』) 일상적으로 가해지는 폭력과 관습적이고 강제적인 의무들 아래 단단하게 자리 잡은 가부장적 위계질서를 파헤치는 작품(『단 하나의 문장』)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넓혀왔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는 삶 속에 도사린 폭력에 맞선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환상적 순간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평범한 중년 여성 ‘시미’는 동료 ‘화인’을 통해 미제 사건들의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비밀을 공모하듯 낯선 세계로 발을 들인다. 현실이라는 지표에서 떨어진 세계를 공유하면서 타인에게 무심하던 시미가 낯선 사람에게 건네는 축복의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온다고 하여 [……] 달아나거나 가치가 감소하지도 않”는다는 책 속 문장처럼 나약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지만 신비스런 기도를 체험하게 한다. 무엇이 나를 지켜줄지 아득한 가운데, 빛나는 생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발치 앞이나마 비추어줄 한 점의 빛을 만날 수 있기를 비는 작가의 염원이 가슴에 든든하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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