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슴 - 한국문학전집 024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4권은, 세련되고 충격적인 이미지, 우아하고 힘있는 묘사, 그것들을 하나로 꿰는 견고한 서사를 바탕으로 등단 이후 줄곧 문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해준 작가 한강의 『검은 사슴』이다.
온 감각을 동원해 존재의 심연에 자리한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낸 『검은 사슴』(1995)은 1993년 등단 후 꼬박 3년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한 첫 장편소설로, 치밀하고 빈틈없는 서사와 깊은 울림을 주는 시적인 문장들로 출간 당시 “한 젊은 마이스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찬사를 받았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검은 사슴’은 깊은 땅속, 좁다란 바위틈에서 살아가는 환상 속 짐승이다. 아름답고 단단한 뿔과 뾰족한 이빨을 지닌 이 짐승의 소원은 평생에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광부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알려달라 하자, 광부는 그 조건으로 검은 사슴의 뿔과 이빨을 뽑아간다. 간절하게 햇빛을 원할수록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굴러떨어지고 마는 검은 사슴의 삶. 이는 곧 소설 속 인물들의 삶과 닮아 있다. 어느 날 한낮의 도심에서 발가벗은 채 도로를 달려나가던 한 여자가 사라지고, 그녀를 알고 있는 두 남녀가 몇 가지 단서만 손에 쥔 채 그녀를 찾아나선다. 『검은 사슴』은 그 여정에서 각자가 대면하게 된 저마다의 깊은 심연을 음울히 비춘다. 다시 세상 밖으로 돌아나오지 못하더라도 심연 속으로 발을 내딛는 인물들의 여정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어둠이 아닌 빛을 따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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