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악마에게 저당잡힌 글쓰기 사십여 년,
지치지 않는 필력, 우리시대의 소설가 한승원의 새로운 성장소설
『보리 닷 되』는 고향인 전남 장흥의 율산 마을에서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써오고 있는 소설가 한승원의 새로운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1997년 출간된 『해산 가는 길』을 잇는 성장소설로, 등단 사십 년을 넘긴 작가의 진솔한 문학적 자서전이라 할 만하다. ‘한승원’이라는 이름과 등단작 「목선」을 그대로 노출한 이 소설의 솔직함은 끊임없는 필력으로 아직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의 유년 시절의 집약이며, 새로운 글쓰기를 위한 또하나의 출발점이다.
아련하게 다가오는 이 유년 시절의 이야기는 누구나 겪었으며 누구나 얘기하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기록이다. 여물지 않은 마음을 풋바심하다 많은 실패를 경험하지만 결국 머리를 깎고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가의 모습은 모든 문학청년의 자화상이다. 한승원이 해산토굴에 숨어들어 득량만의 바다를 바라보며 건진 옛 고향땅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현재와 괴리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가 확장된 이야기로서의 과거인 것이다.
저자소개
자신의 고향인 장흥, 바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생명력, 한(恨)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작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한승원은 한국 문학에서 독보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늘 고향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펼쳐진다. 그 바다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 꿈틀대는 곳이며, 새 생명을 길어내는 부활의 터전이다. 그는 지난 95년 서울을 등지고 전남 장흥 바닷가에 내려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한'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이 아니라 '생명력'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독자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승원은 토속적인 작가다' 하는 것도 게으른 평론가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일 뿐이지요. 작가는 주어진 얼굴을 거부해야 합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장편 '연꽃바다'를 쓸 때부터 제 작품세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생명주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그것을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다산』『불의 딸』『포구』『아제아제바라아제』『아버지와 아들』『해일』『시인의 잠』『동학제』『아버지를 위하여』『해산 가는 길』『멍텅구리배』『사랑』『물보라』『초의』『흑산도 하늘 길』『원효』『키조개』와 『한승원 중단편전집』(전7권) 등이 있다. 이 밖에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 별』『우주 색칠하기』와 시집 『열애일기』『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산문집 『차 한 잔의 깨달음』 등이 있고, 오랜 세월 속에서 터득한 글쓰기 비결을 담은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한승원의 글쓰기 교실』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해양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가 한강, 한동림의 아버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