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나벨 최후의 자손
불온한 전설처럼, 음밀한 소문으로만 떠돌던 살아 있는 시체들이
거대한 물결이 되어 도시를 휩쓸기 시작했다
세계가 연합정부의 통치 아래 놓이고, 입체 영상 텔레비전과 무인 택시가 일반화된 미래의 어느 시점, 무명작가 K는 외조부에게 물려받은 시계를 고치려고 수소문 끝에 ‘전설의 시계 장인’을 찾아간다. 시계를 꼭 고치겠다는 생각보다 소문만 무성한 노인을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K는 시계를 알아보는 듯 반응하는 노인에게 시계를 줄 테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노인은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과거를, 역사의 기록과는 다른 ‘죽은 자들의 소요’의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시계 장인의 제자, 파멸을 가져온 남자 G, 최대의 기업 G3의 회장인 C, 이 세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의 진실과 좀비 창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소설의 좀비들이 다른 좀비물에서보다 끔찍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체가 되는 병’이 의료과학 발달의 부작용으로 언젠가 우리가 겪을 수도 있을 소름끼치는 미래로 그려지고, 그로 인한 혼란 속에서 보이는 인간들의 잔인무도한 행태가 현실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병을 일으키는 괴바이러스는 시시한 소문으로 사람들 사이를 떠돌다가 점점 무성해지더니 구체적인 사례담이 되어 온 나라에 퍼져나간다.
하지만 소설에서 시체라고 불리는 존재는 정말 죽은 이들이 아니다. 죽은 자의 모습을 하고 이성을 상실한 채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공격하지만 사실 그들은 사람이다. 인간성의 상실을 염려할 겨를조차 없는 사람들을 보며 독자들이 도덕적 잣대를 자신있게 들이댈 수 없는 것은, 강도는 다를지라도 지금의 현실에서도 비인간성이 드러나는 광경을 비일비재하게 목격하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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