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
엄혹한 현실 앞에 말려드는 입술에도 불구하고,
희부연 안개로부터 동틀 새벽을 불러내는 시
문학동네시인선 167번째 시집으로 나희덕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가능주의자』를 펴낸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를 조탁하고 정제해온 시인의 시적 물음이 더욱 깊어진 시집이다. 나희덕은 세계의 암흑을 직시하는 시의 역할을 다시 심문하는 가운데 가려진 이들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가장 최전선의 언어를 새롭게 펼쳐 보인다. 시야의 사각을 꼬집어 지워진 이들이 도드라지도록 하는 이번 시집 안에는, 비로소 소리 높이는 유령들과 함께 뻗어나가는 가능성들로서의 시편들이 2020년대가 열어젖혀야 할 다음을 분명하게 속삭이고 있다.
저자소개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임화예술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라고
붉은 거미줄
입술들은 말한다
그날 이후
다락방으로부터
조각들
찢다
꿰매다
벽의 반대말
흐르다
퇴비의 공동체
거대한 빵
누룩의 세계
길고 좁은 방
2부 얼룩을 지우는 얼룩들
유령들처럼
지나가다
토리노의 말
허기가 없으면
줍다
허삼관 매혈기
선 위에 선
묻다
이덕구 산전
너무 늦게 죽은 사람들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피투성
저 바위는 언젠가
3부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
어떤 부활절
사라지는 것들
숙과 홀
홍적기의 새들
곰의 내장 속에서만
북극의 나눅
빙하 장례식
장미는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젖소들
매미에 대한 예의
검은 잎사귀
저 낙엽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피난의 장소들
4부 달리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려면
가능주의자
달리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려면
차갑고 둥근 빛
고슴도치와 여우
수탉 한 마리
얼굴을 갈아입다
사과를 향해
그 조약돌을 손에 들고 있었을 때
백운에서 다산 생각
그들의 정원
이별의 시점
여행은 끝나고
건너다
해설 | 가능주의자, 불가능한 미-래의 시학
최진석(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