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아란
“둘만 있을 때는 내 이름을 불러다오. 율이라고 말이다.”
“폐하, 어찌…….”
“아란아, 네 앞에서 나는 일국의 황제도 전장의 무사도 아니다. 그저 한낱 필부(匹夫)일 뿐이야. 그러니 너도 나를 그저 한사람의 남자로 여겨 주면 안 되겠느냐.”
애틋한 눈빛으로 아란을 바라보던 황제 율의 고백에 아란은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율을 지키고 싶었고, 율을 은애하였기에 선택했던 1년이었지만 그 순간동안 힘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그저 자신의 지아비가 황제가 아닌 한낱 필부임을 바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곁에서 듬직하게 자신과 현이를 지켜줄 수 있는 오로지 아란 한 사람을 위한 사내이길…….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여겼던 이가 자신의 필부라 말하며 객쩍은 웃음을 지어주니 어찌 아란의 눈에 눈물이 고이지 않을 수 있을까.
“저 역시 율, 당신의 필부(匹婦)가 아니옵니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볼을 타고내리는 아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던 율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아란의 눈에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하였다. 꼭 감은 눈에 입을 맞추며 “이제 내 너를 지킬 것이야. 그러니, 그러니 울지 말거라.”고 말하는 율의 말에 아란의 울음이 더욱 커졌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기쁨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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