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당선작]
동물을 학대하고 도살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십대 아이들.
그 책임은 과연 아이들에게만 있는 걸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가정교사 미라는 자신이 가르쳐온 학생 유재의 모친 지원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낸다. 서두에서 그녀는 1년 전 사건을 끄집어낸다. 처참하게 살해된 개 '방울이'의 사체가 공원 화장실 앞에서 발견되었던 사건. 발견 당시 개는 잔혹하게 목뼈가 부러진 상태였다. 개의 주인은 다름 아닌 미라의 모친. 가해자가 유찬이라는 소년임을 알게 된 그녀는 소년의 집으로 찾아간다. 하지만 지원에게 도리어 모욕을 당하고, 그녀는 끝내 아들과 함께 자살하고 만다. 복수를 다짐한 딸 미라. 1년 뒤, 유찬의 동생 유재의 가정교사로 위장해 그의 집에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유찬은 누군가에 의해 육교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고 의식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앞으로 익명의 메시지가 한 통 도착한다. 거기에는 1년 전 사건의 진짜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혀 있다. 이에 혼란스러워하는 미라. 결국 메시지에 적혀있는 인물을 직접 찾아가보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등장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거짓과 진실은 무엇일까. 동물을 학대하고 도살하면서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십대 아이들,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면 옮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감싸려고 드는 부모들, 동물학대범에게 단 몇 푼 정도의 벌금이라는 경미한 처벌을 내리는 법원, 가족 간에 일어나는 불화와 살인 등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을 이 작품은 고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청소년 범죄와 생명 경시 풍조의 심각성을 우리는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가. 어리다면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용서받는 게 당연한가. 그것은 누구를 위한 용서인가. 그렇다면 벌을 받아야하는 건 누구인가.
'아무렇지 않게 살의를 품는 아이. 만약 당신이 그 아이의 부모라면?'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면 인간은 몇 겹이고 가면을 뒤집어쓸 수 있다. 복수심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기심과 질투, 추악한 본성, 공포심을 감추기 위해서 가면을 쓰고 거짓 행동을 한다. 그것이 부모와 자식 간이든, 형제간이든, 선생과 학생 사이든 예외는 없다. '방울이'와 어머니, 남동생의 복수를 결심하는 가정교사 미라,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악행도 저지를 수 있다는 지원, 수학 영재이자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지원의 과잉 기대에 억눌려 갑갑함을 느끼는 큰 아들 유찬, 늘 형 유찬의 존재에 가려진 채 지원의 애정을 갈망하는 작은 아들 유재. 악과 선이 공존하는 이들은 모두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낳고,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다. 한쪽은 진실을 은폐하려하고 한쪽은 파헤치려한다. 하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마련이라는 걸 이 작품은 말해주고 있다.
번호 | 별점 | 한줄평 | 작성자 | 작성일 |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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