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1989년 도쿄 주식의 급락을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락, 경기 침체, 디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늪에 빠져버렸다. 이후부터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 그중 8만 5,000명 정도가 스스로 사라진 사람들이다. 체면 손상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일본 사람들은 빚이나 파산, 이혼, 실직, 낙방 같은 각종 실패에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참지 못해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신분을 숨긴 채 도쿄의 슬럼 지역인 ‘산야’ 등에 숨어 산다.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은 2008년 우연히 증발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알게 되고, 이 이야기에 끌려 ‘인간 증발’의 어두운 이면을 취재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취재를 통해 파괴된 인간, 그리고 그들을 방기하고 착취하는 일본 사회의 충격적인 민낯을 만나게 된다. 도쿄에서부터 오사카, 도요타, 후쿠시마까지 5년에 걸쳐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증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들의 슬픈 과거와 시대의 암울한 초상을 취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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