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구원의 미술관』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등을 통해 시대와 마음의 병을 탐구해온 강상중이 이번에는 좀 더 우리 일상 가까이로 시선을 옮겼다. 바로 현대인이라면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주제인 직업 혹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명사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는 일본 NHK TV 프로그램 〈직업 특강〉에서 저자가 ‘인생 철학으로서의 직업론’이란 제목으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면 굳이 일의 의미를 묻지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저자는 직업의 안정성, 나아가 삶의 안정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 역경의 시대에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일을 통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자신이 재일 한국인 2세로서 겪었던 차별과 좌절이 천직을 찾는 바탕이 되었던 과정, 힘들었던 시기에 읽었던 책들과 귀감으로 삼았던 역사 속 리더들을 찬찬히 소개하며 ‘일’이 단지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재일 한국인 2세로서 도쿄대학 교수가 된 강상중이 처음으로 말하는 직업론으로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 자아실현은커녕 격무에 시달리며 ‘나’를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줄 것이다.
저자소개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던 그는 차별을 겪으면서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 ‘나가노 데츠오(永野鐵男)’를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재일 한국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에서 그는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통해 ‘재일(在日)’이라는 자기규정과 문제의식이 근대화와 서구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컨텍스트로 이해되고 확장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 호소력 강한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정치뿐만 아니라 언론, 사상, 학문,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분석을 통해 20세기 일본의 대아시아관의 변화를 규명, 일본 지식인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식민지지배의 역사 속에서 벌어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의 근원 규명은 그의 중심 테마다.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다.
그의 대표 저서 『고민하는 힘』은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지는 사회 속에서 불안과 고민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힘든 고민의 시간이 곧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지은 책으로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20세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고민하는 힘』 『청춘을 읽는다』 『반걸음만 앞서 가라』 『어머니』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_ 불확실한 시대와 인문 지식 일과 인생 _008 불확실한 시대 _010 학력 사회 모델의 붕괴 _013 일의 의미를 생각하라 _017 다양한 관점을 가져라 _019 인문학에서 배우라 _022
1장 우리가 일하는 이유 _ 나를 잃지 않기 위하여 ‘사회 의사’로서의 정치학 _028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_033 일과 사회적 사명 _035 ‘나다움’의 표현 _040 두 가지의 ‘나다움’ _042 하나를 위해 전부를 바치지 말라 _045 다양한 축의 필요성 _048 ‘자아실현’의 함정 _052 자유로운 시대의 곤란 _054 자연스러울 것 _057 자연인 스티브 잡스 _061
2장 역경에서 얻은 천직 _ 자전적인 이야기 부모님께 배운 것 _066 야구 선수의 꿈 _068 정체성의 위기 _072 고전과 역사를 만나다 _076 방황하던 대학 시절 _080 나가노 데쓰오에서 강상중으로 _084 소중한 친구 _087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 _092 ‘쓸모없음’의 효용 _097
3장 고뇌와 독서 _ 책을 읽는 방법과 고전 읽기 정적인 독서에서 동적인 독서로 _102 탄력적으로 읽기 _105 신문 읽기 _109 시대를 읽을 것 _112 독서와 의사 체험 _115 나와의 대화 _116 말린 것과 날 것 _119 역경으로 좌절했을 때 읽는 책 _122 자본주의 정신을 읽으라 _127 자기 책임과 삶 _131 도쿄에 관하여 _133 매니지먼트의 핵심 _137 기본과 원칙에 충실할 것 _140 경제의 흐름 안에서 나의 일을 바라볼 것 _142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게 된 까닭 _144 세계의 조류를 읽을 것 _147 즐거운 고전 읽기 _150
4장 시대의 흐름 읽기 _ 역사 속 리더에게 배우라 인문 지식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자 _156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 _160 셀프메이드의 모범 _162 사회와의 접점을 잊지 않을 것 _166 일본의 리버럴리스트, 이시바시 단잔 _168 독학으로 경제학을 공부한 단잔 _171 구상력과 비전 _174 기본과 원칙에 철저했던 정치가 _176 기술자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경영자로, 혼다 소이치로 _178 스티브 잡스의 이노베이션과 인문 지식 _182 뛰어난 리더의 공통점 _187 반 발짝 앞서가는 리더, 김대중 _190 시대와 겨루다 _192 작지만 빛나는 일 _196 역사란 확률의 집적 _199
나오며 _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일할 것인가 가치관의 변화 _204 격차 고정 _209 지역 간 격차 _211 사회관계자본과 일 _216 다른 영역과의 네트워크 _218 사회와 미션 _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