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도레의 아름다운 삽화를 수록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개정판. 이번 개정판은 대구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칼리지의 김운찬 교수가 번역하여 2007년 출간한 이탈리아어 완역본 『신곡』을 번역과 편집, 디자인을 모두 새롭게 손보아 제작한 것으로, 특별히 귀스타브 도레의 『신곡』 삽화를 함께 수록하여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더하고자 했다. 지옥 75점, 연옥 42점, 천국 18점으로 이루어진 135점의 삽화를 모두 실었으며, 도레가 그린 단테의 초상화 1점까지 총 136점을 수록했다. 김운찬 교수의 전반적인 개역 작업으로 번역과 주석에 더욱 완성도를 높였으며, 견고한 장정에 고급스러운 은박, 삽화를 활용한 클래식한 표지로 '고전 중의 고전'의 가치에 걸맞은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자 했다.
『신곡』은 셰익스피어, 괴테와 함께 유럽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단테의 대표작으로, 단테의 저승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편서사시다. 작가이자 주인공인 단테가 살아 있는 몸으로 일주일 동안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총 1만 4,233행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놀라울 만큼 체계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저승 세계를 구축하였으며, 그곳에서 만난 수많은 영혼들의 고유한 삶의 애환을 생생하고 실감 나게 파노라마처럼 그려 보인다. 중세 유럽의 사상과 관념, 의식 세계가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중세를 마무리 짓는 르네상스와 함께 근대의 도래를 예고한 작품이기도 하다.
저자소개
본명은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단테는 두란테의 약칭이다. 13세기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예언자 그리고 신앙인이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는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나 1321년 라벤나에서 사망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고, 18세 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어려서부터 시를 좋아했던 단테는 라틴어와 고대 문학을 배웠으며, 특히 고대 로마 시대의 시인 베길리우스를 자신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여길 만큼 존경하였다. 피렌체의 몰락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소년시절 선의 총체라 할 수 있는 소녀 베아트리체와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그때의 사랑의 체험은 그의 전생애를 통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경영하는 라틴어 학교에서 수학한 후 철학과정을 수강했다. 청년 시절에 새로운 언어에 새로운 주제를 담은 청신체(淸新體)라 불리는 혁신적인 문학 운동을 주도했으며, 평생 사랑을 바치게 될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를 자신의 삶을 이끌고 글을 쓰게 해주는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때 쓴 것이 『새로운 삶』이다. 이 책에서 단테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과 그녀의 죽음으로 인한 상심과 좌절을 시와 산문의 복합체로 담아냈다. 베아트리체의 죽음은 단테가 문학으로부터 철학으로, 그리고 현실 세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단테는 인간의 더욱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동시에 피렌체 정부에 참여하여 정치와 외교, 행정, 군사 등 전방위적인 실천을 도모했다. 1289년에는 구엘피당 정권확립에 공헌하여 6인 행정위원 중 한명이 되는 등 매우 성공적인 공직생활을 시작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그의 나이 35세 되던 해에 추방 선고를 받고 죽을 때까지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망명은 그에게 고통과 시련의 시기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를 관찰하고 숙고하며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새로운 삶』을 제외한 모든 저서는 이 망명 시기에 쓰였다. 1307년경, 타지를 떠돌던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단테는 『신곡』을 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가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대작이다. 단테의 다른 작품으로는 『향연』 『속어론』 등이 있다.
중세의 마지막 시인이자 근대의 최초의 시인으로 불리는 단테는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정치, 언어, 종교,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유럽 중세사회와 중세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신곡』을 비롯해 『새로운 삶』, 철학과 윤리문제를 논한 『향연』, 교회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논한 『제정론』, 『속어론』, 『시집』, 『서간문』, 『땅과 물의 문제』 같은 저서가 남아 있다. 단테는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부터 아리스토텔레스, 베르길리우스, 보에티우스, 아베로이스, 아퀴나스 같은 작가와 철학자를 탐구했으며 그들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응용한 내용을 자신의 학문적·미적 언어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특히 심오하고 보편적인 문제의식과 정교하고 생생한 문체를 자랑하는 단테의 문학은 지금까지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사상가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으며 그 범위는 문학과 회화, 조각, 음악, 연극, 영화, 드라마, 컴퓨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표현의 영역에 걸쳐 있다.